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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이슈>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법제화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1-09
  • 조회수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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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법제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진형식 상임대표


2023128일은 정말 뜻깊은 날이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바로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을 통하여 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센터)가 법적 지위를 쟁취한 날이기 때문이다. 20083월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으로 자립생활센터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며 202312월에 드디어 15년 만에 법적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2007년 자립생활이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지 16년이 지났음에도 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 서비스 전달체계의 하나로서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2006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결성되고 법제화를 추진하였으나 시설이라는 용어의 거부감과 공모사업 형태의 지원에 안주하여 더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었다. 이용시설과 지원시설, 그리고 거주생활시설의 구분을 못 한 건지, 억지를 쓴 건지, 이후 몇 차례 자립생활센터 존립이 위태로울 때마다 법제화 논의가 있었으나 매번 시설편입 반대라는 말장난과 단체간 합의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눈치정치로 외면해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자립생활 이념의 전파는 2005년을 시작으로 18년이 흘렀다. 그 중심에는 IL센터가 장애인들을 위한 권익옹호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많은 역할을 해왔으며, 2007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법적 진입은 확보 됐지만, 58조 복지시설에 명시되지 않아 IL센터가 실질적으로 그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고, 전달체계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 권한 역시 부재하여 장애인복지시설의 지원 근거 조항인 비용보조에도 적용되지 않아 재정지원의 차별도 발생해 왔다. 실제로 사회복지사업 수행기관으로 인정되지 못함에 따라 지방 주민세 부과 사례 발생 및 사회복무요원 파견 취소와 얼마 전까지는 사회복지경력 불인정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나타난 바 있다.

또한 장애인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복지시설에도 들어가지 못하여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서비스 전달체계로만 남아있어 지역 장애인들이 복지서비스를 받게 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 실정이었고 단순히 복지체계 구축뿐 아니라 법적 근거로 인해 흔들림 없는 예산 지원이 필요했다. IL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종사자들 역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른 처우개선은 바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더 많은 서비스와 더 높은 고질의 서비스를 받기 위한 필수불가결이기 때문이다.

 

IL센터의 법적 지위는 20년 넘게 장애인 인권 증진과 지역사회 통합에 기여해 온 IL센터 모든 사업의 지속가능성,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공공영역에서의 인권 기반 장애인 복지서비스 가속화를 기대할 수 있다. IL센터 운영의 관리·감독 강화를 통한 공공재정의 투명성 및 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법 개정 취지에도 부합한다.

법 개정이 IL센터 운동성 약화, 자생성 훼손, 당사자 중심의 차별성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반대 단체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렇다고 우리가 20여년 넘게 운동해온 것이 변질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만일 그렇게 자신 없다면 자립생활센터를 고만두어야 할 것이다. 염려와 우려 그리고 비난만 하지 말고 함께 동참해서 통합하고 합리적인 센터 운영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시행 방식 논의 절차에서 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모든 IL센터들이 함께 하리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장애인복지법 제58장애인복지시설조항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로 장애인 자립생활 역량 강화 및 동료상담,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 환경개선 사업, 장애인 인권의 옹호증진, 장애인 적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정의됐다. IL센터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실현을 위해 당사자 중심에 입각한 각종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비거주시설 전달체계로, 현재 전국 3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법제화는 한자연을 중심으로 한 IL계의 숙원이기도 했다. 수년간 권익옹호, 동료상담, 개인별자립지원, 탈시설 및 주거지원, 활동지원사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과를 이뤘지만,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복지시설로 명시되지 않아 센터 운영 및 관리, 재정지원 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립생활센터는 권익옹호 운동단체이며 동시에 장애인 자립지원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이 두 가지의 정체성을 가진다. 일부에서는 법제화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관리·감독을 받게 되면 독립성이 훼손되고 이에 따라 운동성도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운동단체로 역할을 제약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공모형태 지원방식의 문제에서 일정 부분 기인했다고 본다. 법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은 자립생활센터의 행정 및 예산지원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장애인복지 사업주체들에게 매년 장애인복지사업 안내를 발간하고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사업 운영이라는 장을 통해 운영 방향, 지원대상, 사업내용, 조직 및 운영, 행정 사항 및 집행실적보고 등을 명시하여 통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함없이 꾸준히 운동과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정체성과 독립성이 훼손된 적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립생활센터의 체계적인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고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통해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증진하고자 법률적 근거를 보완하자는 것이 무엇 때문에 개악인가?

통과된 개정안은 장애인복지시설로서 별도의 인적, 물적 기준을 하위법령을 통해 마련하고 반대 단체 설득을 위한 시간을 고려하여, 개정안 공포 후 16개월 뒤에 시행될 것이다. 이제는 정체되고 멈춰 있던 것에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자립생활의 중요한 이념 중 하나가 전 장애 영역 포괄 이듯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자립생활센터의 법적 지위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이 말은 2004년 세계장애인날 슬로건으로 장애인들의 참여원칙에 기초하여 장애인 당사자 조직이 장애인을 위한 완전한 참여와 기회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운동의 일환으로 수년 동안 사용해 왔다. 새롭게 시작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장애인정책의 전진이냐 후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 장애인이 직면한 현실은 80, 90년대 당시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문가나 시설장의 개입과 통제를 규제하는 대신 장애인당사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당사자 위주의 복지체제를 구축·확대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정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복지법 개정을 통하여 자립생활 중심의 장애인정책 패러다임의 완전한 정착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은 또다시 의료전문가나 거대한 시설장과 비장애인 전문가의 폭력과 횡포로 신음하게 될 것이 분명하며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배제 억압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장애인복지의 카르텔에 강력하게 맞서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인의 안정적인 자립생활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권리의 기초가 되는 이동권은 물론, 주거권, 노동권, 건강권, 교육권, 사회참여 강화 등 장애인의 자립을 지향하는 정의로운 정치·경제·사회적 질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할 재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루속히 합리적인 시행령 시행 규칙을 만들 당사자 중심의 T,F를 구성하고 또한 자립생활센터 운영과 사업진행에 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당연히 이를 위한 토론회와 간담회 세미나도 지역별로 열려서 의견을 취합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나라인 폴란드는 교육에 대한 중요한 정책과 제도를 펼치기 위해서는 1000번이상의 논의를 거치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역시 복지법에 맞추어 자립생활센터의 설립조건 운영방침 규정등 기타 논의에 관한 사항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제도권 안에 들어가면서 복지혜택이, 조건이, 좋아질 수는 있으나 그만큼 우리도 준비 되어야 할 것이다. 자립생활 이념과 가치를 기본으로 한 표준과 매뉴얼도 만들어질 것이고 지도 점검 평가등 문서로 답변하는 행정적 사회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과제는 자립생활센터 설립정신과 운영원칙 고수, 공공성과 책무성, 장애인당사자 활동가의 잔류 여부와 자율성 유지, 평가를 대비하는 동일한 집단지성 유무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이 외에도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역량강화(empowerment)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될 것은 우리나라가 아무리 자본주의 국가임에도 생산중심, 능력 위주의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사람중심, 가치중심의 자립생활을 함께 만들고 지원해야 하며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배제 억압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지역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동거동락 하며 당당한 독립적 주체로써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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