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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이슈> 의료모델의 장애 개념은 변화되어야 한다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3-03-10
  • 조회수 8839
첨부파일 1.jpg | 1. 인권포럼원고(우주형교수).hwp

의료모델의 장애 개념은 변화되어야 한다

 

우주형(나사렛대 교수)

 

  장애는 개인적인 손상이나 결함인가?, 아니면 개인을 둘러싼 환경 속의 장벽인가? 이에 대해 우리는 전자를 장애의 의료적 개념(장애개념의 의료모델)이라고 하고, 후자를 장애의 사회적 개념(장애개념의 사회모델)이라고 한다.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한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의 등장은 기존의 의료모델 관점에서의 장애에 대한 이해를 사회모델 관점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2006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을 탄생시킨 배경이 되기도 한다.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disability)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는 대신 전문(前文, preamble) ()항에서 장애를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an evolving concept)이라고 언급하면서, 1조에서 장애인(persons with disabilities)의 개념을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협약상의 장애 개념을의료적 장애사회적 장애를 함께 포함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의 장애 정의에 가깝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장애인권리협약의 이러한 개방적인 접근은 인권을 기반으로 하는 장애 개념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 해석할 수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상의 장애 개념은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인권모델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인권모델은 사회모델의 폐기가 아니라 사회모델을 계승 발전한 모델로 보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권리협약은 장애의 인권모델을 법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실정법에서의 대표적인 장애개념을 규정한장애인복지법은 제2(장애인의 정의 등) 1항에서장애인이란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규정함으로 장애개념의 구성요소를 의료적 관점의 개인적 요소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의 제약에 관한 사회적 요소 그리고 제약의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장애인복지법의 이 규정을 장애의 의료모델과 사회모델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지만, 여기서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서의 제약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의료모델의 개념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정의를 대부분 준용하는 우리나라 실정법상의 장애개념은 여전히 의료모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개념의 의료모델이 갖는 실제적인 문제점과 한계는 무엇인가? 현행 우리나라 장애의 정의에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라는 의학적 원인이 존재하며, 이러한 원인에 의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라는 두 가지 조건에 의하여 규정된다. 실제로 세부적인 장애의 종류와 기준은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 정하며, 구체적인 장애진단은장애정도판정기준(보건복지부 고시 제2021-109)에 의해 전문적인 의사가 판정을 한다. 이렇게 의료전문가의 진단 절차를 통해 15가지 법정장애 유형의 하나로 장애판정을 받게 되며, 동시에 의학적 관점에서 장애정도도심한 장애심하지 않은 장애로 구분이 되는 것이다.

  연혁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에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면서 그 이듬해에 장애인등급기준을 발표하였고, 198811월부터 전국적으로 장애인등록제도를 시행하면서 1989년에 전면 개정된장애인복지법에 장애인등록제도를 명문화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장애인 수와 장애상태 파악, 복지서비스 욕구 등의 기초자료 파악을 통해 정확한 실태 파악과 장애인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과연 수요자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 아니면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장애인 수와 실태 파악의 방법은 등록제도를 이용하는 것과 인구센서스의 방법이 있다. 미국, 스웨덴 같은 서구 선진국은 인구센서스를 통하여 정기적으로 장애출현율 및 실태를 파악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의 국가에서는 장애인등록제도를 이용하여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장애인등록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지만, 한편으로는 장애를 낙인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인권모델에서는 장애에 따른 구분이 차별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다. 따라서 장애인등록이 없더라도 욕구에 따른 서비스판정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바람직하며, 장애인 수와 실태 파악 역시 인구센서스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인권모델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장애인등록제도의 문제 중 하나로서 장애 판정의 지나친 의료적 의존성을 들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의학 전문가에 의해 장애 판정을 받아야만 등록장애인이 될 수 있는 체계이다. 과거의 장애등급제에서는 등록장애인으로서 받은 장애등급판정의 결과가 직접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의 기준이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97월부터는 장애등급제 폐지로 등급에 의한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 대신 서비스 본연의 목적에 따른 수요자 욕구에 맞는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를 반영하도록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하였다. 중증(정도가 심한 장애인) 또는 경증(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하여 이루어지는 현행 장애판정 시스템은 여전히 의학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는 다른 장애 인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의 차이에서 기인한 장애 인정 또는 평가 방식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ICF 분류 기준과 개념을 토대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장애 서비스 적격성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주정부 재활 기관에서 장애인들에게 재활서비스 적격성 여부를 결정하는데 적용하는 기준으로 서비스 신청자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와 그러한 장애가 재활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한다. 서비스 신청자가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지는 의사나 전문 평가사가 작성한 의료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나서 장애나 질병에 의한 기능적 한계는 장애가 재활목표를 달성하는데 미치는 정도를 확인함으로써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보다 명확한 기능적 한계와 장애의 의료적·환경적·개인적인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평가를 실시하기도 한다. 추가적인 평가로는 예컨대, 지적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웩슬러지적능력검사, 작업능력이나 운동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상황평가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평가 결과를 기초로 장애인의 기능적 한계가 직업활동 혹은 업무유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한 후 재활서비스 제공이 적합한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미국의 서비스 적격성 기준과 절차는 ICF에서 언급하고 있는 장애나 질병의 의료적 진단, 장애인이 수행하려고 하거나 수행해야 하는 작업 및 일상생활, 장애인의 여러 환경적인 요소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장애를 단순히 의료적 진단에만 기초하여 장애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다른 방식이며, 장애인의 의료적·환경적·사회적인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는 ICF의 개념과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도 장애를 단순히 손상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한 장애인의 생활과 관련된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하는 선진적이며 국제적인 장애진단 및 서비스판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 먼저 현행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 정의를 새롭게 규정해야 하며, 그 개념은 개방적인 접근으로 규정한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따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권리협약 전문 ()항과 제1조를 참조하여 예시를 해보자면, 장애란 태도 및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능력의 차이 등의 개인적 요인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라고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 장애 개념은 사회모델을 아우르는 인권모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두 차례에 걸쳐서 받았던 유엔 장애인권리위회의 이행보고서 심사 결과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지적하고 있는지를 아래에 적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1차 보고서의 심사 결과>

위원회는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에 대한 의료적 모델을 나타내고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장애인복지법을 검토하고, 동법을 협약이 지지하는 장애에 대한 인권적 접근과 조화시키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위원회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새로운 장애판정 및 등급제도가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의료적 평가에만 의존하고, 장애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고려하거나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위원회는 동 제도가 결과적으로 장애등급에 따라 장애인들의 복지서비스 및 활동보조서비스의 대상자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현행 장애판정 및 등급제도를 검토하여 장애인들의 개별적 특성, 상황 및 필요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고, 복지서비스 및 활동보조서비스가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들에게 그들의 필요에 따라 확대 보장될 것을 권고한다.

<2·3차 병합보고서의 심사 결과>

위원회는 우려와 함께 다음 사항을 주목한다:

장애인복지법상 수정된 장애의 정의 등 장애 관련 법과 정책이 협약에 완전하게 부합하지 않아 시청각장애인이나 HIV/AIDS 감염 장애인 등 일부 장애인의 특정한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

최근 장애등급제가 6개 등급에서 2개 정도로 개편 되었음에도 장애등급제를 포함하여 장애에 대한 의학적 모델이 여전히 당사국에서 만연해 있어,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적절한 서비스와 지원에 접근을 제한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

위원회는 당사국에 다음을 권고한다:

국내 장애 관련 법률과 정책을 협약의 조항에 따라 검토하고, 특히 심리사회적 장애인, 지적장애인, 시청각장애인, HIV/AIDS 감염장애인 등의 모든 장애를 아우르는 장애 개념을 채택하여, 그들의 특성과 욕구가 인정되도록 보장할 것.

장애 의학적 모델의 요소를 장애 인권적 모델의 원칙으로 대체하고, 장애인에 대한 법적·환경적 장벽을 파악하는 것과 자립생활 및 완전한 통합 증진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장애판정제도를 다시 설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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