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진행된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좌식 6㎞ 경기에서 신의현 선수가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진행된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좌식 6㎞ 경기에서 신의현 선수가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이 13일 마무리됐다. 패럴림픽이 진행되면 매번 따라오는 지적이 언론 보도 속 차별적 표현이다. 이번 대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A 일간지는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인터뷰 기사에서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개요를 설명하면서 ‘총 78개 세부 종목에 장애를 극복한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상파 방송국도 선수단 출국 기사를 보도하며 ‘전 세계 50여 나라에서 시각, 척수, 절단 장애 등을 이겨낸 선수 1500여 명이 참가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2018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은 ‘언론 보도 모니터링 사업’에서 차별적 언어를 잡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의 한지윤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지상파 방송에서 패럴림픽 선수단의 결단식을 보도하면서 ‘장애와 편견을 뛰어넘는 도전을 다짐했습니다’라고 했는데, 장애를 극복 대상으로 보는 대표적 차별적 표현”이라며 “언론이 대중에게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심는 표현을 과민할 정도로 잡아내는 게 모니터링 사업의 대원칙”이라고 했다.

센터가 지난 2019년 마련한 ‘장애인 관련 언론 보도 모니터링 지침’에는 스포츠 보도에서 피해야 할 유형을 11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애를 극복 대상으로 인식하는 보도 ▲사람 대신 장애나 보장구에 초점을 맞춘 보도 ▲의학적 용어로 장애를 표현하는 보도 등이다.

센터가 지적하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장애를 이겨내야 한다’는 시선이다.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불행 또는 비정상적 상태로 보이게 할 수 있고, 장애와 함께 살아간다는 정체성 자체를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 센터의 설명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이러한 취지로 장애인을 표현할 때 ‘장애와 함께 사는 사람(person with disability)’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 수석연구원은 “장애를 극복 대상으로 표현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극복할 의지가 없거나 뒤처진 존재로 느껴질 수 있다”며 “장애 극복 대신 선수 노력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선수 대신 장애인의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표현 역시 패럴림픽 보도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센터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도 바이애슬론 좌식 경기에 출전한 미국 선수를 ‘두 다리 없는 미국 옥사나’로 소개하거나 ‘두 다리 잃은 특수부대 요원’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한 수석연구원은 “장애 유형이나 장애 상태를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아야 한다”며 “그냥 선수로 바라보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센터는 일상 대화에서도 흔히 쓰는 ‘한계를 넘는다’는 표현을 쓸 때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애인의 능력을 제한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계를 넘는다’는 표현은 비장애인 올림픽 보도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이번 언론 모니터링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언론사 500여 곳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용구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거론되지도 않았던 표현이나 용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며 “대중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대중매체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기사원문: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3/15/4AHP4UJNHRFVRF3AWPXISTK7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