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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_세계일보] '장애' 차별하는 표준국어대사전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11-26
  • 조회수 7876

‘장애’ 차별하는 표준국어대사전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갈길 먼 장애인 인식 개선

입력 : 2018-11-24 16:00:00      수정 : 2018-11-24 16:00:00

최근 들어 한글날 즈음이면 장애인 단체들은 표준국어대사전을 두고 성토를 벌인다. 사전에 등재된 ‘장애’의 정의 자체가 비하 의미를 담고 있는 데다 사회적 변화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실제로 법정 장애 유형은 15개에 이르는데, 국어사전에 등재된 어휘는 ‘정신장애’와 ‘언어장애’, ‘지적장애’ 3개뿐이다.

지난 8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주관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 관련 어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는 국립국어원을 비롯한 학계가 적극 나서 장애 관련 어휘의 뜻풀이를 바로잡고, 누락된 어휘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먼저 윤삼호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국가가 관리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야 어휘로서 합법성을 가진다”며 “장애 관련 어휘도 예외가 아니다”고 밝혔다. 나아가 “사회 변화에 따라 지난 20여년간 국내에서도 장애 관련 어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상당수가 사전에 등재되지 않고 등재된 어휘조차 뜻풀이가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표준국어대사전의 ‘장애’ 정의에 ‘결함이 있는 상태’라는 표현이 들어간 데 대해 “오래전에 국제사회에서는 폐기된 개념”이라며 “국립국어원은 전반적인 장애 관련 어휘를 비롯한 소수자 어휘 현황 실태조사를 거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일상적인 국어 정책을 논할 때 반드시 관련 당사자와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주관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 관련 어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손홍일 대구대 영문학 교수는 “장애 비하적 용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고정관념 활성화’를 일으킨다”며 “차별이나 무시 같은 행동을 취하게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인이 찍힌 장애인들의 자존감을 위협하고 때로는 정체성 확립을 방해한다”며 “기형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난쟁이’의 사전적 정의인데, 기이하고 괴상한 모양으로 비하하고 경멸하는 뜻풀이를 제공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는 △장애인 반대말(비장애인 또는 일반인)의 정립 필요성 △장애에 대한 잘못된 비유 개선 △장애의 남발 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공론화하자고 제안했다. ‘기억장애’나 ‘인식장애’, ‘얼굴장애’, ‘공부장애’ 등 비하의 뜻을 포함에 어휘에 ‘장애’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게 과연 옳은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아울러 ‘교통마비’나 ‘통신에 장애가 발생하여’, ‘너 장애인 같아’ 등과 같이 장애 관련 어휘가 일상에서 마구잡이로 쓰이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장애인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왜곡이 심각해 장애인을 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장애인 포용 사회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어휘는 대상을 인식하는 첫걸음이자 동시에 수많은 언중의 경험과 의식이 녹아들어 그 대상을 규정하는 사회적 합의의 토대가 된다”고 “(장애 관련) 부정확한 어휘 뜻풀이를 바로잡고 누락된 어휘를 등재하는데, 당사자와 단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에 적극 공감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사회 모델과 자립생활 패러다임에 입각해 ‘장애학 사전’ 같은 새로운 변방을 창출하는 일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삶과 밀접한 일상의 말 중 장애 관련 어휘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고도 했다.

김근영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연구원은 “한글날을 앞두고 사전을 조사하면서 장애 관련 어휘가 많이 누락된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자리를 함께한 최정도 국립국어원 학예사는 “국어원에서는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우리말샘’을 운영 중이니 장애인 단체나 사용자가 정보 공유 창구로 활용해 더 많은 정보를 등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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