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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_영남일보] “10평 남짓한 집 지옥 같아…말동무할 사람이 가장 필요하죠”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5-07
  • 조회수 7243

“10평 남짓한 집 지옥 같아…말동무할 사람이 가장 필요하죠”


‘24.3%와 26.1%.’ 

2014년 1인 가구 비율을 나타낸 수치다. 전자는 장애인 가구 중 독거가구 비율, 후자는 비장애인 가구 중 독거가구 비율이다. 둘 다 ‘4집 중 1집’꼴로 큰 차이가 없다. 1인 가구 증가세는 장애인·비장애인 가구를 구분짓지 않고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증가추세는 장애인 독거가구 집단이 더 가파르다. 1인 장애인가구는 2011년 17.4%로, 3년 사이 6.9%포인트 증가한데 비해 비장애인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20.2%에서 26.1%로 5.9%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거장애인과 관련된 논의는 비교적 활발하지 않았다.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독거장애인은 관심 밖에 놓여있었던 것. 관심 속의 무관심에 편입된 독거장애인 가구는 소외의 덫에서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고독에 갇혀 때때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독거장애인도 발생했다. 흔히 ‘고독사’로 불리는 무연고사다. 지난해 무연고사망자 10명 중 1명은 장애인이었다. 영남일보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늘어가는 1인 가구 속 ‘고독’이라는 외딴 섬에 살고 있는 독거장애인의 삶을 동행했다. 이를 통해 정책적 개선점도 살펴봤다.

◆독거장애인의 삶…“내 집이 지옥이라오”

“문 닫아버리면 여긴 지옥이에요.”

지체장애 1급 장선학씨(가명·70·대구시 달서구)의 삶은 쉰 살이 되던 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의료사고로 한순간에 하반신을 못 쓰게 됐다. 전동휠체어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장애와 더불어 산 지 10여 년. 함께 살던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고, 외동딸은 결혼해 새 가정을 꾸리면서 먼 가족이 됐다. 그렇게 살게 된 혼자의 삶. 33㎡(10평)가량의 아파트가 그의 유일한 안식처다. 하지만 장씨는 자신의 거처를 “지옥”이라고 수차례 반복해 말했다. 홀로 남은 집안의 외로운 공기는 때때로 장씨의 목숨을 위협했다.

장씨 집에 찾아오는 손님이라곤 일주일에 2~3번 들르는 활동보조인이 유일하다. 한 달 91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 매일 잘게 쪼개어 활동보조인을 부르고 싶지만, 먼 거리를 오가는 활동보조인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수일에 한 번씩밖에 부르지 못한다. 활동보조인은 장씨가 혼자서 하기 힘든 청소·요리 등 기본 생활을 도와준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장씨의 유일한 말벗이 돼 준다.


“활동보조인이 유일한 말벗인데
며칠에 한번씩밖에 볼 수 없어
전동휠체어 없인 움직일 수 없고
그것도 혼자 오르내리기 힘들어
어두운 방 안에 우두커니 있을 땐
고독사할 수 있다는 생각 들어”

전국 독거장애인 가구 매년 증가
2014년 68만7천여가구로 집계
대구경북 정확한 수치 파악안돼
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검토 필요



하지만 이마저도 평일에만 가능하다. 활동보조인조차 부를 수 없는 주말이 되면 장씨는 깊은 고독의 늪으로 빠져버린다. 혼자 전동휠체어에 오르내리는 것조차 버거워 마음대로 나가기도 힘들다. 주말 그는 어두운 방 안에 홀로 남은 외딴섬이 된다.

한 달에 서너 번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오지만 애써 힘들게 현관까지 가서 문을 열면 그는 어느새 가버리고 없다. 장씨는 “안부를 묻는 게 아니라 생존을 확인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장씨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묻자 지체 없이 “사람”이라고 말했다. 

“제일 필요한 건 사람이죠, 사람. 어차피 몸은 이렇게 된 거고 말동무하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나 있으면 좋겠어요.”

집 안에 혼자 있을 때면 극단적인 생각도 수시로 든다고 밝혔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걷고 있는 기분이에요. 기분 좋으면 살고 싶고, 조금이라도 우울하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죠. 아무도 찾아오질 않으니 ‘고독사’라는 게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언젠간 외롭게 죽은 채 발견되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죠.” 장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독거장애인 늘고 있지만…현황조차 ‘깜깜이’

독거장애인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거장애인 가구 추정치는 2008년 31만6천99가구, 2011년 42만4천232가구, 2014년 68만7천652가구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구 유형별 비율로 살펴봐도 전체 장애인 가구 중 독거가구는 2008년 14.8%, 2011년 17.4%, 2014년 24.3%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장애인 가구 중 독거가구 비율이 26.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독거장애인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는다. 독거장애인 거주실태 조사 등이 지역 단위로 이뤄진 바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독거장애인과 관련된 통계 자체가 없다. 전체 장애인 총규모나 장애 유형별 규모 등은 알 수 있지만,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장애인의 수는 파악하지 않았고 실태조사를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장애인자립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오고 있다.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이 취임 전 임기 내에 시설 거주 장애인 1천500여 명의 20%인 320명에 대해 탈시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후 현재까지 탈시설해 자립한 장애인은 60명가량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도 자립장애인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역의 장애인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독거장애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고독한 죽음으로 연결되지 않아야”

독거장애인에 대한 정서적 지원 부재는 결국 비극적 결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고독사 추세에 맞춰 독거장애인의 고독사 문제도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최근 장애인 무연고사 실태를 다룬 통계자료가 나왔다. 그간 장애인들의 무연고사는 일반 통계에 묶여 다뤄져왔는데, 처음으로 장애인 무연고사 실태가 단독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19일 <사>장애인인권포럼 산하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김승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장애인 무연고사에 대한 자료를 받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시에서는 22명의 장애인이 홀로 죽음을 맞았다. 지난해 전체 무연고사망자 116명 중 19.0%를 차지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넷째로 높은 것. 경북에서는 전체 무연고사망자 90명 중 14명이 장애인으로, 15.6%의 구성비를 보였다. 대구는 전체 인구수 대비 장애인 구성비가 4.8%인 점을 감안하면, 장애인이 무연고사망할 확률이 비장애인보다 4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경북은 지난해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이 6.4%로, 지난해 전체 무연고사망자 중 장애인 구성비(15.6%)는 2.4배 정도 높았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 차원의 장애인고독사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구시 복지기획팀 관계자는 “어르신 고독사, 중년 고독사 등의 말은 있지만 장애인 고독사라는 말은 없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금껏 장애인 고독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장애인은 별도의 장애인 정책이 마련돼 있고 예산도 많이 투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고독사 대책이 연령대별로만 세분화돼 있지, 독거자의 세부 특성에 따라 구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독거장애인 및 고령 독거장애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구시 장애인자립협회 우현숙 회장은 “홀몸노인을 위한 정서적 대책은 있지만 장애인 독거가구를 위한 정서 지원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장애인수당과 장애인연금, 활동보조서비스 등의 지원과는 별개로 단순 말벗이 돼 주거나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융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독거장애인의 취업지원을 강화하고 근로의욕을 키우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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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80507.0100507253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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