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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이슈> 모두를 위한 모두의 게임 : (장애인)e스포츠를 찾아서.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2-03-30
  • 조회수 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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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장애인e스포츠대회 D-War 개최 후기.

모두를 위한, 모두의 게임 : (장애인)e스포츠를 찾아서.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연맹(DPI) 사업담당 간사 박지수

 

당신은 장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은 어떤 사람들이라 생각하는가? 장애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더불어 인권 의식의 진화는 우리에게 장애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1975UN 총회 결의문 장애인 권리 선언에서 장애는 결함이거나 결핍이었다. 장애인의 권리(정치적, 시민적, 사회적, 경제적)를 모두 인정하자 선언했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결함이 있거나 무언가 결핍되어 있어, 국가와 사회의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정의되었다. 의학적 관점에 근거한 전문가주의가 지배하던 장애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UN 총회에서 199312월 결의된 장애인의 기회의 평등에 관한 표준 규범부터다. ‘장애에 대한 정의는 결함에서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권리이행을 가로 막는 사회 환경으로 초점이 이동되었고, 관점은 의료적 지원과 사회적 서비스 제공에서 탈시설에 기반한 장애인 사회통합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장애장애인은 여전히 구분되거나 예단에 의해 배제되는 무엇이거나 누군가이다. 특히 일상에서 누려야 할 문화, 여가, 친교와 관련된 영역에서 사회적 환경은 여전히 장애인을 차별하고 구분하고 배제하고 탈락시킨다. 이런 현실과 현상은 단순히 한사람의 장애인이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지역을 탐험하고, 자신을 배제하지 않는 점포를 찾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친구를 만드는 것과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출발선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장애가 지불해야 하는 부당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가 인지의 대상이 아니거나 무시되는 문제인 것은 아니다. 분명 지구촌과 그 안의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노력은 말이다.

 

게이머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

 

2019년 전국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장애인들의 게임 이용 비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조사 대상 372명 중 게임을 한다고 답변한 장애인은 166명으로 44.6%의 비율을 보였다.(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게임 이용 비율은 70%에 이른다.) 그리고 게임을 이용하는 장애인 중 절반 이상이 게임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고, 적절한 프로그램과 시설 부족을 이유로 선택했다.

 

올해 9월 입법조사처는 국민들의 게임 이용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장애인 접근성을 갖춘 게임이 드물다는 점을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이슈 분석 자료로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게임 이용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과 장애별 이용 행태, 게임 접근 시 어려운 점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한가지 짚어보자. ‘게임이란 무엇인가? 민속놀이의 반열에 오른 스타크래프트?, 세계적으로 가장 큰 e스포츠 시장을 만들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국산 배틀 로얄 장르의 자존심 배틀그라운드? 누구나 쉽게 생각할만한 게임들이 뇌리에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조사나 올해 입법조사처가 언급한 게임이라는 것이 같은 유형의 것인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게임에 대해서 우리 사회와 산업계는 아직 장애인을 위한 게임이라는 것을 특정해 사고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에게 게임의 가치는 재미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게임은 재미있으면서 재활에도 도움이 되는 기능성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되고는 한다. 누구도 쉽게 스타크래프트로 대전을 즐기는 장애인, ‘리그오브레전드대회에서 승부하는 장애인을 상상하지 못한다.

 

입법조사처의 지적은 적절하기도 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장애인 접근성을 갖춘 게임일까? 기존에 모두가 즐겁게 즐기고 있는 게임을 함께 즐기면 안되는 걸까? 장애인들도 PC방에서 친구들과 단체전을 하고, 승급전을 하면 안되는 걸까? ‘장애인의 접근성을 갖춘 게임이란 게 뭘까? 그 전에 장애인의 접근성이라는 것은 어느 영역에서 다룰 문제일까? 이 질문은 한국장애인연맹이 당사자주의 장애인단체로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가져온 질문의 요체였다.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 하는게임과 e스포츠

 

장애인들이 특별히 더 좋아하는 어떤 게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무언가로부터 재미를 느끼고, 즐기는 것에 장애 유무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비장애인들에게 즐겁고 재미있다면, 장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즐겁게 재미있는 거다. 다만, 향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을 뿐이다. ‘장애장애인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인권 의식이 성숙해진 시점에도 여전히 장애를 구분해 특정해야 하는 어떤 것으로 취급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인간 본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것에 장애인이 다른 점이 있을 까닭은 없다. 우리가 장애장애인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을 뿐이다.

 

한국장애인연맹에서는 20213월 기획회의를 통해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해당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 조차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 도전이 과연 성공할지에 대해 어떤 기대 섞인 전망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먼저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첫 번째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며, 이는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장애인의 게임문화와 e스포츠 생태계 구성에 기여할 지속 가능한 기획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사전 조사를 통해 대부분의 장애인 게임대회가 복지 관점의 일회성 이벤트이거나 사전에 기획된 장애인을 위한 체험 행사정도로 취급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업은 장애인 게이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e스포츠 생태계의 생성에 기여하는 사업이어야 했다. 더 나아가 사회적 변화와 고용 등, 관련된 사회적 환경 전반에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사업이어야 했다.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사전 정보를 수집하고, 과정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측해 수행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 있었다. 또한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한 파트너도 있어야 했고,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사회와 관련 전문가, 그리고 게임업계의 관심이 절실했다. 우리는 주로 보건복지 영역의 업력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고, IT나 게임과 관련된 네트워크는 너무나 부실했던 것이다.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수집해야 했고, 그러던 중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이하 e스포츠연맹)이라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장애인단체와 접촉하게 되었다. 우리의 취지와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해 준 e스포츠연맹과의 만남으로 기획과 준비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문제는 하나로 끝나는 법이 없다. 장애인e스포츠를 향한 우리의 도전도 마찬가지였다. 대회를 위한 기본적인 밑그림은 어떻게든 그릴 수 있었지만, 이제 세부 요강과 종목 선정, 장애 유형에 따른 구분 등 머리를 써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특별하게 이번에 알게 된 것은 장애 유형에 따른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체급을 구분하는 스포츠가 있는 현실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좀 쉬울 것 같다. 또한 COVID-19 상황에 따른 온라인 생중계 등, 고려하고 조정해야 할 문제들이 넘쳐 났다.

 

! 방역도 있었지.

 

12021 장애인e스포츠대회 D-WAR

 

우여곡절 끝에, 대회를 10여일 앞두고 메인으로 후원을 맡아줄 기업이 나서 주었다. 게임 포털을 운영하는 아이엠아이는 메인후원사를 맡아주면서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약속해 주었다. 천군만마를 얻는 기분이 이럴까? 노력이 하나 둘 보상을 받는 것만 같아 담당자로서는 뿌듯하기도 기쁘기도 하였다. 이번 우리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손이 보태진 결과다. 모두가 우리 연맹의 도전을 응원하며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몸을 먼저 움직여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특히,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 준 후원기업들과 협찬사,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와 기관들의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 도움을 주면서 처음이라는 리스크를 가지고 대회 날은 성큼 성큼 다가왔다.

 

지난달 19일 늦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지하 1층에는 거대한 풀HD LED가 세워졌다. 온라인 생중계를 위한 장비들과 대기하는 선수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도 만들어졌다. 이제 곧 날이 바뀌고 해가 뜨면 이 곳에서는 장애인 게이머들이 한판 대결을 펼칠 것이다. 모든 룰은 비장애인들이 하는 공식 e스포츠 경기와 같고, 장애인이라서 무엇 하나 소홀히 다루어지지 않는 장애인e스포츠대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대회는 총 3종목(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카트라이더)으로 진행되었다. (자세한 경기 영상은 한국장애인연맹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으니, 한번 쯤은 보시고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린다.) 방역 상황을 고려해 현장에는 선수들과 스텝, 엔지니어, 대회 운영진과 주최측 관계자들만이 있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선수들의 경기 한 장면 한 장면에 환호와 안타까운 탄식이 교차했다. 그 모습은 우리의 도전이 앞으로 조금 더 디테일하게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데 충분했다. 선수들의 열정은 뜨거웠고, 그에 대한 반응은 장애인e스포츠가 충분히 하나의 스포츠로서 관객을 끌어 모으고 선수들을 육성해 장애인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모두들 위한 모두의 게임.

 

한국장애인연맹이 올해 진행한 것은 어쩌면 그저 그런 하나의 게임 이벤트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회의 현장에서 지켜본 나의 눈에 이번 대회는 모두들 위한 모두의 게임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마냥 뿌듯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느낀 점과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점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더 관심 기울여야 하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다양한 장애인들이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접근성 확보와 컨트롤러 등, 보조장비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액세서블 게이밍(Accessible Gaming)’이라는 주제로 게임 내 접근성을 개선하고, 다양한 보조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장애 유형이 국한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들이 접근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전용 게임장을 비롯해 게이머를 지향하는 장애인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고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역시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게임학과나 e스포츠 관련 교육기관에서 쌓은 역량을 실제 대회에서 다른 게이머들과 겨루며 더욱 기를 수 있는 다양한 대회 역시 필요해 보였다. 이 모든 일은 물론 내가 일하는 한국장애인연맹 한 단체의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정부 주도로 게임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업자가 지를 활용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한다. , 입법조사처는 무엇보다 장애인들을 위한 기능성 게임을 다양하게 제작유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과연 다양한 기능성 게임이 게임 문화 전반을 즐기고, e스포츠등 비장애인과 동일한 문화에 통합되고 싶은 장애인들의 바람일까 의문이다.

 

기능성 게임보다, 지금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재미있는 게임과 앞으로도 쏟아져 나올 재미있는 게임들을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즐기고, 사회통합을 위한 문화컨텐츠로 키워나가고 싶다는 것이 게임을 바라보는 장애인들의 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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