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앨리슨 래퍼(마크 퀸 제작), 영국 트라팔가 광장 소재>

역사적으로 기념비적인 건축조각의 인물상은 왕이나 장군 영웅들의 기마상이 대부분이었다. 넬슨 제독 동상으로 유명한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는 4개의 대좌가 있는데 그 중 3곳에는 관례에 따라 조지4세 등 영웅들의 기마상이나 입상이 세워져 있고 서북쪽 귀퉁이에는 장애인 앨리슨 래퍼의 동상이 있다.

위인상이 모여 있는 광장에 여자이고 장애가 있는 불완전한 신체, 그리고 임산부의 모습을 한 인체조각을 설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녀는 소수이자 약자, 소외된 계층이다. 그런데 넬슨 제독 초상도 래퍼와 유사한 점이 있다. 넬슨도 오른쪽 팔이 없는 불완전한 신체이고 그는 부상으로 한쪽 눈을 잃었기 때문이다. 트라팔가 광장의 역사적 의미는 마크의 작품의 설치로 개인의 일반적인 주제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기존에 설치된 넬슨상은 조국의 영웅으로서의 인물이 아니라 한 인간의 고통과 희생적 삶의 표상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마크는 래퍼의 임신한 조각상이 인간성의 잠재적인 미래, 가능성과 희망을 상징하며, 그 상징은 위대한 영웅의 형상이 아닌 꾸밈 없는 한 여성의 누드 형상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밀로의 비너스도 양팔이 없지만 미의 원형으로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래퍼의 동상을 본 미술계는 경악했다. 불완전한 신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정녕 미의 이데아는 무엇일까? 반추해 볼 일이다.